2009년 06월 04일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 히리야마 유메아키
인간의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춘 미스터리 소설. 총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C10H14N2(니코틴)과 소년-거지와 노파
Ω의 성찬
소녀의 기도
오퍼런트의 초상
끔찍한 열대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
"어둠에서는 피 맛이 나......". 이 책의 첫 문장.
잘 써진 소설을 읽을 때면, 머리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글이 현실감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것 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 역시 그렇다.
어딜 봐도 정상이 아닌 등장인물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이 현실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작가가 보통 사람들의 가지고 있는 악의와 광기를 잘 포착해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안에서는 그런 면들이 조금 더 강조되었을 뿐이기에, 폭력적이고 정상이 아닌 것 처럼 보이는 등장인물들에도 큰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자신의 말을 전혀 경청해주지 않는 노인에 대해 결국 폭력으로 말을 듣게 하는 C10H14N2(니코틴)과 소년-거지와 노파, 인육을 먹지만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는 Ω와 지식욕을 쫓아 새로운 Ω가 되는 이야기인 Ω의 성찬 등. 등장인물들은 일관되게 사악하지만 읽는 내내 '말도 안돼'라기 보다는, '그럴 수도...'라는 생각이. 거기에 절제된 작가의 문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특히 인상깊었던 단편은 지식에 대한 욕구를 공감할 수 있었던 Ω의 성찬과 새아버지가 주인공을 겁탈하려는 장면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무서웠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소녀의 기도.
광기로 가득찬 세계 속에서 현실감있는, 잔혹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내는 히리야마 유메아키. 그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 by | 2009/06/04 21:23 | Readout noises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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