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 히리야마 유메아키




인간의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춘 미스터리 소설. 총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에그 맨
C10H14N2(니코틴)과 소년-거지와 노파
Ω의 성찬
소녀의 기도
오퍼런트의 초상
끔찍한 열대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


"어둠에서는 피 맛이 나......". 이 책의 첫 문장.

잘 써진 소설을 읽을 때면, 머리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글이 현실감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것 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 역시 그렇다.

어딜 봐도 정상이 아닌 등장인물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이 현실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작가가 보통 사람들의 가지고 있는 악의와 광기를 잘 포착해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안에서는 그런 면들이 조금 더 강조되었을 뿐이기에, 폭력적이고 정상이 아닌 것 처럼 보이는 등장인물들에도 큰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자신의 말을 전혀 경청해주지 않는 노인에 대해 결국 폭력으로 말을 듣게 하는 C10H14N2(니코틴)과 소년-거지와 노파, 인육을 먹지만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는 Ω와 지식욕을 쫓아 새로운 Ω가 되는 이야기인 Ω의 성찬 등. 등장인물들은 일관되게 사악하지만 읽는 내내 '말도 안돼'라기 보다는, '그럴 수도...'라는 생각이. 거기에 절제된 작가의 문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특히 인상깊었던 단편은 지식에 대한 욕구를 공감할 수 있었던 Ω의 성찬과 새아버지가 주인공을 겁탈하려는 장면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무서웠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소녀의 기도.

광기로 가득찬 세계 속에서 현실감있는, 잔혹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내는 히리야마 유메아키. 그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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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장 | 2009/06/04 21:23 | Readout noises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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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心腸 : ZOO - 오츠이치 at 2009/08/19 23:11

... 여기저기서 피가 튀며,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어두운 단편 소설집. 비슷한 느낌을 주는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 떠오른다. ZOO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잔인하고 암울하지만, 따지고보면 익숙한 소재들이라 긴장감이 조금 떨어진다. 이상한 곳에 납치되어 죽음의 ... more

Commented by at 2009/08/09 22:21
이거 진짜 재밌었어요! 순식간에 읽히더군요. 저는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주인공이 강박증으로 13에 맞추어서 행동하는걸 보니 의식적으로 습관을 만들수도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좋은걸로만 한번 규칙을 세워볼까 하고 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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