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종살인자 - 로베르트 반 훌릭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은 별로 안들면서도, 은근히 재미있는 로베르트 반 훌릭의 소설. [쇠못살인자]를 읽은김에, [쇠종살인자]도 읽어버렸다.

쇠종은 언제 나오는가 고대하고 기다렸는데, [쇠못살인자]에서처럼 맨 마지막에서야 나왔다. 쇠종! 디공 최대의 위기! 라는 느낌이었는데 그냥 쉽게 위기를 빠져나와주시는 디공.

다 읽고 지은이의 후기를 보면, 현대에 와서 쓰여진 소설이 아니라 중국에서 전해내려오는 소설의 형식을 따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쇠못살인자]와 [쇠종살인자] 두 권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그 당시의 수사나 재판이 예상외로 합리적이라는 것. 정 안되겠다 싶으면 여러 종류의 협박을 통해 자백을 받아내려고 하기도 하지만, 이건 한국 경찰이나 검찰들도 자주 쓰는 수법인 듯 하니 뭐(그래도 곤장을 안때리는 것에 감사하자).

옛 고을 현령은, 재판관에 행정업무도 모두 맡아서 해야하니 정말 할 일이 많았을 것 같다. 예전엔 한 마을의 인구수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을 생각해보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쇠종살인자]가 [쇠못살인자]전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나는 거꾸로 읽은 것 같다. 분명 출판일을 확인하고 [쇠못살인자]부터 읽은 것이었는데.......

by 심장 | 2009/08/19 23:09 | Readout noises | 트랙백 | 덧글(3)

라크리모사 - 윤현승



끝까지 읽고 난 후, 재미있다는 생각과 함께, 작가에게 낚였다는 생각이.

세상을 멸망시킬 존재의 부활을 예고하는 예언이 있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예언 속에서 말하는 나쁜놈인지 아니면 착한놈인지 알수가 없는 상황. 가족과 나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뭔가 하긴 해야하는데, 대체 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내가 세상의 멸망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읽고나서 보니, 책 안에서 단서가 던져질 때 마다 곧바로 떠올랐던 생각들이 모두 정답이었는데, 읽으면서 작가 치밀하게 준비해놓은 함정에 유도되어 잘못된 결론에 빠져들고 말았다. 다 읽고나서, 메모하면서 책을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예언속에 인물에 누구를 끼워넣느냐에 따라 모든것들이 다르게 해석되는 추리소설 같은 구조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레오나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유명한 진혼곡의 제목이기도 한 라크리모사. 과연 누구의 혼을 위로하게 될 것인가...

by 심장 | 2009/08/19 23:00 | Readout noises | 트랙백 | 덧글(3)

ZOO - 오츠이치



여기저기서 피가 튀며,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어두운 단편 소설집. 비슷한 느낌을 주는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 떠오른다.

ZOO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잔인하고 암울하지만, 따지고보면 익숙한 소재들이라 긴장감이 조금 떨어진다. 이상한 곳에 납치되어 죽음의 위기에 놓인다던가(seven rooms), 자신의 애인을 죽이고 그 범인을 찾는 척 하는 사람같은(zoo). 경험하고 싶지는 않지만 익숙한 상황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살며시 비집고 들어온다.

예를들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마보다, 역겨운 구정물을 헤엄쳐가야 하는 것이 더 끔찍하게 다가오고, 기괴하게 뒤틀려 버린 삶보다 더욱 괴로운 것은 한 사람의 배신. 이렇게 비현실적인 큰 사건속에 끼워넣어진 일상의 조각이 묘한 여운을 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야기들이 긴장감이 없고 늘어지는 감이 있었는데, 떠오른 생각들을 가감없이 종이에 펼쳐놓은 것 같은 느낌으로 작가의 노림수인지 번역상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신의 말을 제외하고는 읽는 내내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by 심장 | 2009/08/19 22:57 | Readout noises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 오츠이치



추천글이 많아서 조금 기대하고 봤는데, 기대한만큼은 아니었다. 평작정도.

[ZOO]에서도 느낀거지만, 소재에 비해 이야기의 맛이랄까, 구성이나, 전달력이 부족한 느낌.

그런데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이 소설을 17살에 썼다고 한다. 어째 캐릭터가 좀 구식이라 생각했더니, 옛날에.. 그것도 17살에. 그렇게 생각해보면 대단한 소설이다!

by 심장 | 2009/08/19 05:52 | Readout noises | 트랙백 | 덧글(0)

달려라 냇물아 - 최성각



"문학이 찬탄의 대상이던 시절, 그런 시절의 문학이 제게 가르쳐 준 것은 어떤 경우라도 작가는 당하는 자의 편에 서야 하고, 진실을 묵살하고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의 폭력에 저항하고 그들이 감추려는 진실을 드러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세계지배 속에서 또하나의 식민지 주민으로 전락한 민중도 여전히 사회적 약자이지만 오늘 말없이 능욕을 당하는 대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이고, 자연에 폭력을 일삼는 힘은 지금보다 더 풍요롭게 살아야 한다고 부추기는 주류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서

책 머리에서 저 글을 읽으며, 문학 대신에 과학을. 작가 대신에 과학자란 말을 넣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집어든 책.

자연스레 웃음을 주고 감동을 주는 작가의 일상이 담겨있다.(그중에서도 거위 이야기가 찡하면서도 재미있었는데 [거위, 맞다와 무답이]라는 제목으로 책으로도 나온 모양이다.)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평소에 소설만 읽어서 그런지, 담백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왠지 가슴이 트이고 마음이 청량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글쓴이의 생각에 대해서는 트집을 좀 잡고 싶다.

환경을 사랑하고 자연을 예찬하는 내용의 책을 읽어본것이라고는 이책과 [흐르는 강물처럼]정도이지만, 두 권 모두 글쓴이의 생각이 감상적이고 극단적인 것 같다. '자연은 이렇게나 위대한데, 인간은 왜 이리 어리석단 말인가!'

무분별한 개발도 옳지 않지만, 이런 시각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균형잡힌 시각에서 쓰인 책을 한번 읽고 싶다.

by 심장 | 2009/08/19 05:32 | Readout noise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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